한 달이 시작되면 늘 반복되는 알림이 있었다.
“구독 요금이 결제되었습니다.”
넷플릭스, 왓챠, 유튜브 프리미엄, 쿠팡 와우, 뉴스레터, AI툴, 웹툰 정액제, 이북 구독까지…
한 달에 한 번씩, 통장에서 조용히 사라지는 돈들.
나는 그게 진짜 무서웠다.
한 번도 '예'를 누른 적이 없는데, 늘 '자동'으로 빠져나가니까.
그리고 문득 깨달았다. 요즘은 물건을 사는 게 아니라, 습관을 구독하고 있다는 걸.
※ 이 개념은 1편: 도파민 소비 구조 해체에서 처음 설명한 바 있다.
기억나지 않는 소비가 가장 치명적이다
내 소비 중 가장 기억에 남지 않는 게 뭐냐고 묻는다면, 나는 망설임 없이 ‘정기결제’라고 말한다.
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아마 비슷할 거다.
- 이북 서비스 – 안 본 지 2개월 됐지만 아직 구독 중
- 운동앱 – 새해에 결제했다가 3일 만에 멈췄지만 여전히 활성화
- 유료 뉴스레터 – 열어본 건 처음 두 번
“그거, 왜 안 끊어요?”
사람들은 묻는다. 그리고 우리는 이렇게 말한다.
“끊을까 했는데, 나중에 또 쓸 수도 있잖아.”
“어딘가에 로그인해야 해지할 수 있었는데, 까먹었어.”
“귀찮아서…”
이건 소비가 아니라, 심리다.
정확히 말하면, 자책과 회피의 교차점에 놓인 소비심리다.
정기결제가 우리 뇌를 속이는 방식
정기결제는 마치 지속 가능한 요금의 탈을 쓴 도파민 트랩이다. 왜냐면 이건 '결제의 고통'을 딱 한 번만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.
사용자는 다음달부터 그 고통을 잊는다.
결제는 계속되지만, 심리적 저항은 없다. 그래서 이 소비는 계속 살아남는다.
이건 실수도 아니고, 나태함도 아니다. 구조적 설계다.
서비스 제공자는 해지 버튼을 잘 보이지 않는 위치에 둔다. 탈퇴 절차는 복잡하다. 그리고 우리는 피곤한 하루의 끝에서, 그걸 '내일 하자'고 미룬다.
나는 이걸 '구독 루틴'이라고 부르기로 했다
이건 내 소비 패턴 중 가장 똑똑하고 집요한 루틴이었다. 그래서 나는 한 달 중 하루를 구독 점검일로 정했다. 그날만큼은 아래 세 가지를 반드시 실행했다.
- 모든 구독 내역을 리스트업 (카드/계좌/앱)
- 1회 이상 안 쓴 구독은 바로 해지 신청
- 월간 구독 예산을 3만 원 이하로 제한
그리고 이걸 도와준 게 바로 소비패턴 분석 앱이었다.
자동으로 정기결제를 감지하고, 얼마나 자주 썼는지, 지난달과 비교해서 얼마나 더 썼는지 알려준다. 한 달 동안 이 앱이 알려준 쓸모없는 구독은 6개, 해지 후 절약된 금액은 24,700원.
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건, 내 소비를 기억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.
이건 해지의 문제가 아니다
이건 나의 소비권 회복에 관한 문제다. 내 통장에서 나가는 돈이, 나도 모르게 빠져나가고 있었다면 그건 이미 소비가 아니라 구조적 약탈이다.
이제는 기억해야 한다.
진짜 절약은 돈을 안 쓰는 게 아니라, 흘러가는 돈을 붙잡는 것이다 다음달 구독 결제 알림이 뜨기 전에, 지금 그 앱을 삭제하라.
지금 그 구독을 해지하라.
📘 다음 편 예고
“루틴에 강한 사람이 결국 돈도 모은다 – 소비 자동화 시스템 만들기”
카드 한도, 소비 캘린더, 분류형 가계부… 당신의 뇌가 피곤하지 않아도 통장이 살아남는 시스템을 공개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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